짧은 글쓰기
서민적 글쓰기
makeany
2020. 10. 25. 16:31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교수님이 마지막 강의때 칠판에 크게 'Theoria & Praxis'를 적어 놓으셨다. "너희들은 나에게 문학을 배웠으니 지금껏 깨달은 것을 사회에 나가 실천하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게 삶이다. 배운 것이 머리 속 잔치 놀음으로 끝나면 딛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지옥일 것이라고.
그러나 내 살다살다 안철수 이래로 이렇게 '학행일치' 안된 놈은 처음 봤다. 서울대 대학원 다닐때 TV에 잠깐 얼굴 비친 이후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 하는 행태는 부뚜막에 올라가 접시에 놓인 고구마 훔쳐먹다 꼬리에 불이 붙은 똥개 마냥 온 고을 들쑤시며 잘 기른 논, 밭에 불을 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자신을 길러준 주인집 오막살이도 태울 기세니 불쌍하다. 불가에서도 혀를 놀려 지은 '구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경고하고 주의하거늘 부디 자중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
결국 당신은 글쓰기 기술만 늘리기 위해 독서를 했군요. 수많은 문장을 필사하고 읽으면서 겸손과 배려, 중용과 자비 그리고 긍휼을 깨닫지 못하고 학력고사 보듯이 독서량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나 보군요.
앵무새에게 우리가 보이는 관심은 '남의 말을 흉내 낼때'이다. 딱 그만큼이다. 머리에 쌓인 지식을 입을 통해 뱉어내면 대중의 관심도 딱 그만큼이다. 이론을 실천할 때 선행되어야 할 깨달음은 없고 교만함이라는 지식이 대신하는 자리는 이렇게 추악하기만 하다. 어떤가, 당신이 만든 지옥이 맘에 드신가?